본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뉴스를 틀면 연일 ‘코스피 4,000 돌파’, ‘역대급 불장’이라는 헤드라인이 쏟아집니다. 지수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 주식 시장은 단군 이래 최고의 호황기를 맞이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정작 “나 이번 장에서 돈 좀 벌었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습니까? 오히려 “지수는 오르는데 내 종목은 안 오른다”, “고점에 물려서 본전만 기다린다”는 한숨 소리가 더 큽니다.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데, 왜 개인 투자자의 계좌는 불어나지 않을까요?
저 역시 2010년대 후반, 네이버나 LG전자 같은 우량주에 소액으로 투자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뼈저리게 느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밤새워 차트와 재무제표를 분석했던 지인이나, 직감에 의존해 투자했던 저나, 결국 시장 수익률을 이기지 못한 것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개별 종목 트레이딩은 투입한 ‘노력’이 결코 ‘수익’을 담보하지 않는, 개인에게 구조적으로 매우 불리한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이 불편한 진실을 파헤쳐보면, 우리가 왜 성공 확률이 희박한 ‘개별 종목 트레이딩’을 멈추고, 느리더라도 확실한 ‘시장 전체(S&P 500)’를 사야 하는지 그 이유가 명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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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000 포인트의 허상: 과연 누가 돈을 벌었을까?
지금 코스피가 4,000을 넘었다고 모두가 환호합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질문을 던져봅시다.
“과연 코스피 2,000 시절에 주식을 사서, 지금까지 안 팔고 들고 있다가, 지금 4,000에 매도하여 수익을 실현한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 전설 속의 유니콘처럼 찾기 힘들 것입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 종목 선정의 불가능: 2,000 시절에 샀던 그 주식이 4,000 가는 장세에서 주도주였을까요? 아니면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상장폐지 종목이었을까요? 지수는 올랐지만 내 종목은 떨어지는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 버티기의 불가능: 운 좋게 삼성전자를 샀다 칩시다. 2,000에서 4,000으로 가는 험난한 과정 속에서, -30% 폭락과 지루한 횡보장을 견디고 안 판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대부분 본전이 오면 팔았거나, 약간의 수익에 만족하고 떠났을 겁니다.
애초에 ‘저점에서 사서 고점까지 들고 있는다’는 시나리오 자체가 사후 확증 편향에 불과한 비현실적인 가정입니다. 지금 4,000에 들어가는 것도 문제지만, 과거부터 지금까지 시장을 이기며 살아남은 개인 투자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야말로 개별주 투자의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2. 착시 효과: “반 평균은 올랐지만, 내 성적은 그대로다”
코스피 지수의 상승이 내 계좌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두 번째 이유는 ‘지수 산출 방식의 착시’ 때문입니다.
코스피는 시가총액 가중 방식을 따릅니다. 즉,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같은 초대형주 몇 개가 지수 상승을 강력하게 견인하면, 나머지 중소형주 500개가 떨어져도 지수 자체는 오를 수 있습니다.
- 현상: 외국인과 기관 자금이 쏠리는 특정 주도 섹터(예: 반도체, 2차전지 등)만 폭등하고, 개인이 많이 보유한 소외주들은 철저히 외면받습니다.
- 결과: 시장은 뜨겁지만 내 계좌는 차가운 ‘온도 차’가 발생합니다.
3. 심리적 함정: 고점에서 사고 저점에서 파는 본능
상승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돈을 잃는 가장 큰 원인은 ‘타이밍의 오류’입니다.
- 초기 상승: “에이, 일시적 반등이겠지”하며 의심하고 관망합니다. (기회비용 상실)
- 본격 상승: 지수가 3,500을 넘기 시작하면 주변에서 돈 벌었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조급해집니다.
- 고점 돌파 (4,000): “지금이라도 안 사면 벼락거지 된다”는 FOMO(소외 공포)에 휩싸여, 이미 2배, 3배 오른 테마주에 ‘영끌’로 추격 매수합니다.
- 조정: 필연적인 조정이 오면 가장 비싸게 산 개인들은 -10%, -20%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공포에 질려 ‘손절’합니다.
불장에서도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이 패턴을 반복하기 때문에, 지수가 올라도 계좌는 녹아내립니다.
4. 결론: 어려운 게임을 멈추고, 이기는 게임을 하라
코스피 4,000 시대에 돈을 못 벌었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애초에 변동성이 크고 수급 논리가 복잡한 국내 주식 시장에서, 개인이 타이밍을 맞춰 수익을 내는 것은 ‘프로게이머와 스타크래프트를 해서 이기려는 것’과 같은 난이도입니다.
이 불장의 역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 종목 선정의 어려움: 수천 개의 종목 중 텐배거(10배 상승) 종목을 맞히는 것은 ‘운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애리조나 주립대 헨드릭 베셈빈더 교수의 연구 결과(Do Stocks Outperform Treasury Bills?)에 따르면, 지난 90년간 미국 주식 시장의 부를 창출한 건 상위 4%의 기업뿐이었으며, 나머지 96%는 국채 수익률조차 이기지 못했습니다. 선진국인 미국 시장조차 이러한데, 변동성이 더 큰 한국 시장에서 개별 종목으로 승리할 확률은 더욱 희박합니다.
- 타이밍의 불가능: 언제 오르고 내릴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측’이 필요 없는 투자를 해야 합니다.
어떤 종목이 오를지 고민할 필요 없이 ‘시장 전체(S&P 500)’를 사고, 언제 오를지 고민할 필요 없이 ‘매달 적립식’으로 모아가는 것. 이것만이 개인이 기관과 외국인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옆집 누군가가 테마주로 며칠 만에 대박을 쳤다는 소음에 흔들리지 마십시오. 통계적으로 그 대박은 결국 쪽박으로 귀결될 확률이 99%입니다.
우리는 S&P 500 ETF, 고르는 것보다 중요한 ‘운용 전략’ 3가지 (연금 계좌 및 매수 타이밍) 등의 앞선 글을 통해 묵묵히 모아가며, 시간이라는 무기를 활용해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부자가 되는 길을 걸어가면 됩니다. 이것이 코스피 4,000 시대가 주는 진짜 교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