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지난 글 S&P 500 ETF, 고르는 것보다 중요한 ‘운용 전략’ 3가지 (연금 계좌 및 매수 타이밍)에서 S&P 500 ETF를 연금 계좌에 적립식으로 모아가는 것이 ‘필승 전략’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이 전략을 실행하기 전에, 반드시 맞아야 할 ‘예방주사’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S&P 500은 연평균 10% 수익이 난다”는 말을 듣고, 마치 은행 적금처럼 매년 10%씩 차곡차곡 오를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단호하게 말씀드립니다. 그런 해는 거의 없습니다. 여러분이 마주할 실제 현실은 +30% 폭등과 -20% 폭락 사이를 미친 듯이 오가는 ‘롤러코스터’입니다.
저 역시 투자를 처음 시작할 때는 ‘미국 지수니까 안정적으로 우상향하겠지’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하락장 당시, 막상 계좌에 파란 불이 켜지고 -20%가 찍히는 순간, 이성적인 판단은 마비되고 공포가 저를 덮쳤습니다. 이 글은 그때의 저처럼 패닉에 빠지지 않도록, S&P 500 투자자가 반드시 장착해야 할 ‘초기 설정값(Default Value)’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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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평균 10%”의 함정: 평균은 평균일 뿐이다
S&P 500의 지난 90년 역사상 연평균 수익률(CAGR)은 약 10%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실제로 1년 수익률이 ‘평균(8%~12%)’ 사이를 기록한 해는 전체의 5%도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해는 극단적입니다.
- 어떤 해는 +28% 폭등합니다. (와! 나 주식 천재인가 봐!)
- 어떤 해는 -19% 폭락합니다. (망했다, 주식 다신 안 해!)
이 들쭉날쭉한 수치들을 수십 년 합쳐서 나눠보니, “결과적으로 연평균 10%였다”는 뜻입니다. 즉, 여러분이 투자하는 기간 중 절반은 계좌가 파란불이거나, 생각보다 수익이 저조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들어가야 합니다.
[S&P 500 주요 연도별 수익률 및 최대 낙폭]
| 연도 | 연간 수익률 (Total Return) | 해당 연도 특징 |
|---|---|---|
| 2008 | -38.49% | 금융 위기 (대폭락) |
| 2009 | +26.46% | 반등 시작 |
| 2013 | +32.39% | 강력한 상승장 |
| 2015 | +1.38% | 횡보장 (지루함) |
| 2018 | -4.38% | 미중 무역분쟁 |
| 2019 | +31.49% | 폭등장 |
| 2020 | +18.40% | 코로나 팬데믹 (장중 -34% 폭락 후 반등) |
| 2022 | -18.11% |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
| 2023 | +26.29% | AI 주도 상승 |
(데이터 출처: Slickcharts, NYU Stern historical data)
2. -20% 하락장은 ‘사고’가 아니라 ‘약속된 행사’다
위 표에서 보시다시피 -20%, -30% 수준의 하락은 시스템의 오류나 경제의 붕괴가 아닙니다. 사계절 중 ‘겨울’이 오는 것처럼, 자본주의 시장에서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디폴트 값(기본 설정)’입니다.
통계적으로 약 10% 정도 빠지는 조정장(Correction)은 1~2년에 한 번꼴로 밥 먹듯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20% 이상 빠지는 약세장(Bear Market)도 평균 5~7년에 한 번씩 반드시 찾아옵니다.
멘탈 무장: 투자를 시작할 때 아예 이렇게 마음먹으십시오.
“나는 앞으로 투자하는 20년 동안, 자산이 반 토막 나는 꼴을 적어도 3번은 보게 될 것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 투자 기간에는 폭락이 없기를” 바란다면, 첫 번째 폭락장에서 100% 확률로 시장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냉정하게 말씀드립니다. 주식은 필연적으로 손실 구간을 동반합니다. 만약 “나는 죽어도 원금 손실은 싫다”, “파란불을 보면 견딜 수가 없다”며 손실 자체에 극단적인 거부 반응을 일으키시는 분이라면, 애초부터 이 투자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이것은 단기적인 계좌 잔고의 등락에 울고 웃는 게임이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시장의 파도를 타며 인플레이션을 넘어서는 자산 증식의 길에 올라타는 과정입니다. 리스크(변동성) 없이 리턴(수익)을 바라는 것, 즉 ‘손실 없는 주식 투자’를 하고 싶다는 가정과 시도 자체가 말이 안 되는 모순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왜 시장을 떠나면 안 되는가: 폭등은 ‘순식간’이다 시장에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하는 또 다른 결정적인 이유는, 폭락 후 찾아오는 회복기나 폭풍 성장기가 예고 없이, 그리고 매우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S&P 500의 장기 수익률 중 상당 부분은 ‘상승폭이 가장 컸던 며칠(Best Days)’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락이 무서워 시장을 떠나 있는 동안, 시장이 순식간에 급반등하면 그 이득을 온전히 누릴 수 없습니다. 결국 시장에 계속 머물러 있지 않으면 ‘최고의 날’들을 놓치게 되어 수익률에서 필연적으로 손해를 보게 됩니다.
3. S&P 500은 ‘패배자’를 죽이고 ‘승자’만 남긴 기록이다
우리가 투자하는 S&P 500 지수가 계속 우상향하는 진짜 이유를 아시나요? 그것은 이 지수가 철저하게 ‘승자 독식’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S&P 500은 500개 기업을 영원히 안고 가는 ‘자선 단체’가 아닙니다.
- 돈을 못 벌거나, 시대에 뒤처지는 기업은 가차 없이 퇴출(편출)시킵니다. (예: 한때 시총 1위였던 엑슨모빌, GE 등의 비중 축소 및 퇴출)
- 그 빈자리는 지금 가장 돈을 잘 벌고 혁신적인 새로운 1등 기업으로 즉시 교체(편입)합니다. (예: 테슬라, 엔비디아 등 편입)
이것이 우리가 개별 종목이 아닌 ‘지수’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개별 기업은 망할 수 있지만, S&P 500 지수는 망하지 않는 우량 기업들로만 끊임없이 ‘리빌딩(Rebuilding)’되는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저 이 잔인하고도 효율적인 ‘승자의 시스템’에 자본을 태워두기만 하면 됩니다.
시간이라는 절대 방패: 오래 버티면 질 수 없는 게임
장기 투자가 어느 정도 지속되면, 이미 우상향하여 불어난 자산 자체가 거대한 ‘안전마진’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10년 동안 꾸준히 투자해 자산이 원금 대비 2배가 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때 -20% 폭락장이 온다면 어떨까요?
- 초보 투자자: 원금 손실 공포에 휩싸입니다.
- 장기 투자자: 자산이 조금 줄어들 뿐, 여전히 원금보다 훨씬 높은 수익 구간에 머물러 있습니다.
반면, 안전하다고 믿었던 예적금은 어떨까요? 매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두들겨 맞아 화폐 가치가 하락했기에, 실질적으로는 자산이 쪼그라든 상태입니다.
장기 투자가 지속될수록, 이미 쌓아올린 수익이 하락장을 방어해주는 방패가 됩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절대 질 수 없는 게임’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4. 결론: 당신은 몇 류 투자자가 될 것인가?
연평균 10%라는 달콤한 과실을 얻기 위해서는, ‘변동성’이라는 쓴 입장료를 내야 합니다. 결국 승패는 이 필연적인 폭락장이 닥쳤을 때 당신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3류 투자자: “도망치거나, 샀다 팔았다를 반복한다”
공포를 못 이겨 바닥에서 팔고 도망가거나, 스스로 똑똑하다고 착각하여 저점을 잡겠다며 매수와 매도를 반복합니다. 잦은 매매는 수수료와 세금으로 계좌를 갉아먹을 뿐입니다. 결국 시장의 상승분은 다 놓치고 빈 껍데기만 남게 됩니다. 가장 바쁘게 움직이지만, 가장 확실하게 돈을 잃는 길입니다.
2류 투자자: “아무것도 안 하고 버틴다”
계좌를 열어보지 않고 고통을 참아냅니다. 적어도 손해를 확정 짓지 않았고, 뇌동매매로 수수료를 낭비하지 않았으므로 시장이 회복하면 원금을 찾고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평범하지만 훌륭한 투자자입니다.
1류 투자자: “즐기면서 더 산다”
폭락장을 ‘대바겐세일’로 인식합니다. 남들이 공포에 떨 때, 평소보다 더 많은 수량을 싼 가격에 쓸어 담습니다. 평균 매수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췄기에, 시장이 회복될 때 압도적인 수익률을 기록합니다. 자본주의를 이용할 줄 아는 진정한 승자입니다.
여러분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폭락장은 피해야 할 재난이 아니라, 1류 투자자로 등극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입니다. 이 정신으로 무장된 사람만이 S&P 500의 장기 우상향 그래프 끝에 서 있을 자격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