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500 투자가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이유

본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지난 S&P 500 ETF, 고르는 것보다 중요한 ‘운용 전략’ 3가지 (연금 계좌 및 매수 타이밍) 글을 통해 S&P 500 ETF 운용 전략의 큰 틀을 확인했습니다.

  1. 무엇을: 수수료 저렴한 ‘환노출 S&P 500 ETF’ (TIGER, KODEX 등)
  2. 어떻게: ‘연금저축/IRP 계좌’에서 ‘적립식’으로 ‘평생 운용’한다.

이 전략은 워런 버핏이 “일반인을 위한 최고의 투자법”이라고 공언했을 만큼 강력하고, 실행 방법은 숨 막힐 듯이 간단합니다. 그저 매달 ETF 1종목을 사서 죽을 때까지 팔지 않으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나옵니다. “이렇게 쉽고 강력한 방법을,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행하지 못할까요?”

이 전략을 5년째 실행하고 있는 저로서도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주식 시장에 ‘한탕주의’가 이렇게나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 믿기면서도 한편으론 믿어지지 않습니다.

5년 전, 개별 주식 투자 실패로 비싼 수업료를 치르며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임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제 주변 지인들에게 이 방법을 알려줘도 실제로 꾸준히 실행하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S&P 500 투자의 가장 큰 적은 비싼 수수료나 복잡한 세금이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뇌’, 즉 인간의 본능과 심리입니다.

20년, 30년 이상 이 단순한 투자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이유, 즉 S&P 500 투자를 실패로 이끄는 3가지 강력한 심리적 함정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1.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본능

인간의 뇌는 ‘행동’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을 찾고, 무언가를 ‘해야만’ 직성이 풀립니다.

S&P 500 적립식 투자의 핵심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Inaction)*입니다. 폭락장이 와도 가만히, 폭등장이 와도 가만히, 그저 기계처럼 월급날 매수 버튼만 누르면 됩니다.

하지만 시장이 -30% 폭락하면(2022년처럼), 우리의 뇌는 “당장 팔아라!”, “손절하고 저점을 다시 잡아라!”라며 비상벨을 울립니다.

제가 2022년 폭락장에서 ‘무언가 행동(매도 후 저점 매수 시도)’을 했다가, ‘아무것도 안 한’ 아내와 아이의 계좌보다 수익률이 뒤처졌던 경험이 바로 이 본능 때문입니다. 이때 저는 ‘마켓 타이밍은 부질없는 짓’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공부를 덜 해서 그렇다”, “차트와 거시경제를 완벽히 분석하면 타이밍을 맞출 수 있다”라고요. 하지만 통계는 잔인합니다.

주식 공부에 인생을 갈아 넣으며 마켓 타이밍을 시도하는 개인 투자자 중, 시장 수익률(S&P 500)을 지속적으로 이기는 사람은 상위 1%도 되지 않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데이 트레이더의 99%는 결국 시장 수익률보다 낮은 성과를 냈습니다. 밤새워 기업을 분석하고 차트를 보는 그 수많은 노력이, 아이러니하게도 ‘그냥 사두고 잊어버린’ 사람보다 못한 결과를 낳을 확률이 99%라는 뜻입니다.

S&P 500 투자는 지루합니다. 이 ‘지루함’과 ‘아무것도 안 하는 고통’을 이겨내는 것이 이 투자의 첫 번째 관문입니다. 성공적인 투자는 ‘똑똑한 행동’이 아니라 ‘지루한 원칙의 기계적 반복’에서 나옵니다.

2. ‘손실의 고통’은 ‘이익의 기쁨’보다 2배 더 크다 (손실 회피 편향)

“100만 원을 버는 기쁨” vs “100만 원을 잃는 고통” 심리학자들은 인간이 느끼는 손실의 고통이 이익의 기쁨보다 약 2배 더 강력하다고 말합니다. (행동경제학)

  • 상승장: 내 S&P 500 계좌가 +20%가 되어도 “기분은 좋지만, 이 정도는 당연하지”라고 생각합니다.
  • 하락장: 내 계좌가 -20%가 되면, 우리는 +20%일 때보다 2배의 고통과 공포를 느낍니다. “이러다 0원 되는 거 아냐?”, “지금이라도 빼야겠다”는 패닉에 빠집니다.

이전 글에서 하락장은 ‘바겐세일’이며 ‘무지성 추가 매수’의 기회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머리로는 알아도, 우리의 본능은 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가장 싼 바겐세일 시점’에 모든 것을 팔아버리는 최악의 결정을 내리게 만듭니다.

시장이 공포에 휩싸였을 때, 손실의 고통을 참고 오히려 ‘세일 가격’으로 ETF를 더 살 수 있는 용기. 이것이 평범한 투자자와 부자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입니다.

3. “S&P 500은 너무 느려!” (FOMO와 탐욕)

우리는 S&P 500이 연평균 10%의 복리로 30년 뒤 20억, 50억이 된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30년은 너무 깁니다.

  • “옆집 김대리는 ‘OO코인’으로 1년 만에 10억 벌었다던데?”
  • “유튜브 보니까 ‘XXX 테마주’가 이번에 5배 간다는데?”

이런 소식이 들려오면, S&P 500의 연 10% 수익률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는 FOMO(Fear Of Missing Out)와 ‘단기간에 부자가 되려는’ 탐욕이 우리의 뇌를 지배합니다.

결국 연금 계좌의 S&P 500 ETF를 팔고, 그 ‘핫하다는’ 테마주나 코인에 올라탔다가 자산을 잃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과연 개별 주식 투자로 S&P 500을 이길 수 있을까요? 수십 년간의 데이터는 이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증명합니다. 헨드릭 베셈빈더(Hendrik Bessembinder) 교수의 유명한 연구에 따르면, 수십 년간 미국 시장 전체의 부(富)는 오직 4~5%의 극소수 우량 기업이 창출했으며, 나머지 95%의 기업은 장기적으로 시장 평균 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는 개별 주식 투자자가 그 4%의 ‘대박 주식’을 정확히, 그리고 제때 골라낼 확률이 통계적으로 매우 희박하다는 뜻입니다.

DALBAR의 ‘투자자 행동 분석(QAIB)’ 리포트 역시, 개별 주식을 사고팔며 시장 타이밍을 재려는 ‘평균적인 개인 투자자’의 수익률이, S&P 500 지수를 가만히 보유했을 때의 수익률보다 매년 3~5%씩 낮았음을 일관되게 보여줍니다.

S&P 500 투자는 ‘빨리’ 부자가 되는 방법이 아닙니다. 이것은 ‘반드시, 그리고 확실하게’ 부자가 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단기적인 탐욕을 버리고, 30년 뒤 50억 자산가의 ‘확정된 미래’를 위해 오늘의 지루함을 견뎌내는 것. 이것이 이 투자의 마지막 관문입니다.

4. 결론: 가장 큰 적은 ‘시장’이 아닌 ‘당신 자신’이다

S&P 500 투자는 방법이 복잡해서 실패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단순한 투자를 20년 이상 유지하는 것이 왜 그토록 어려운지에 대한 통계를 보여드리겠습니다.

1. 과연 몇 %가 20년 투자를 성공할까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투자자 행동 분석(DALBAR 리포트 등)에 따르면 평균적인 투자자의 주식 펀드 보유 기간은 5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20년 이상 이 원칙을 지키는 사람은 시작한 투자자의 10% 미만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합니다.

2. 그 10%의 수익률은 어느 정도일까요?

S&P(스탠더드 앤드 푸어스)가 발표하는 SPIVA 리포트에 따르면, 20년 장기 투자를 기준으로 약 90~95%의 액티브 펀드 매니저(전문가)들이 S&P 500 지수 수익률을 이기지 못합니다.

이 두 가지 사실을 조합하면 무서운 결론이 나옵니다.

“20년간 이 단순한 원칙을 지킨 10% 미만의 투자자는, 시장을 이기려고 그토록 노력했던 95%의 전문가들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렸다는 뜻입니다.”

결국 S&P 500 투자를 실패로 이끄는 것은,

  1. ‘행동’하려는 본능
  2. ‘손실’을 두려워하는 본능
  3. ‘탐욕’에 눈먼 본능

바로 이 3가지 인간의 강력한 본능입니다.

투자의 성공은 ‘얼마나 똑똑한가(IQ)’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감정을 통제하고 원칙을 지키는가(인내심)’의 문제입니다.

이 본능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환경 설정’입니다. 매달 월급날, S&P 500 ETF가 ‘자동으로 매수되도록 설정’하고, ‘MTS(HTS) 앱을 삭제’하고, ‘계좌를 잊고 사는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투자의 길을 먼저 걸어간 워런 버핏, 존 보글과 같은 전설적인 투자자들의 명언을 통해, 하락장을 견디고 평생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멘탈 관리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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