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흐름의 제왕 ‘SCHD’, S&P 500의 빈틈을 채우는 퍼즐 조각

본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을 시작하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배당금’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충격은 상당했습니다. 그전까지 저에게 ‘투자금에 대한 대가’란 은행 예적금 이자나, 건물주가 받는 월세가 전부인 줄 알았거든요.

내가 일하지 않아도 기업이 번 돈을 주주에게 나눠주는 ‘배당금’. 이 존재를 깨달았을 때 자본주의의 진짜 매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액으로도 건물주와 같은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지난 글 나스닥 100(QQQ), S&P 500 투자자가 꼭 알아야 할 ‘매운맛’ 버전을 통해 S&P 500에 이어 나스닥 100까지 알아보며 투자의 ‘성장 엔진’을 장착했다면, 이제는 우리 계좌를 지켜줄 든든한 방패인 SCHD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입니다. 투자를 지속하다 보면, 특히 은퇴가 가까워지거나 시장이 하락할 때 필연적으로 이런 고민에 빠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주가가 오르는 것도 좋은데…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꼬박꼬박 들어올 순 없을까?” “나스닥은 변동성이 너무 심한데, 좀 덜 떨어지면서 은행 이자보다 많이 주는 건 없을까?”

이때 등장하는 대안이 바로 ‘SCHD(Schwab U.S. Dividend Equity ETF)’입니다. 미국 배당 투자의 대명사로 불리는 SCHD, 오늘은 그 정체와 활용법을 제 경험과 전략에 빗대어 분석해 드립니다.

S&P 500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SCHD ETF의 핵심 기능을 시각화한 일러스트. 좌측의 'SCHD' 방패는 S&P 500과 달리 하락장을 막아내는 '방어력'과 '성장'을 동시에 상징함. 이 방패에서 연결된 파이프라인을 통해 금화(배당금)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우측의 'Retirement Savings Account(은퇴 저축 계좌)'를 채우는 구조로 묘사됨. S&P 500과 함께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SCHD의 'Dividend Engine(배당 엔진)' 역할을 시각적으로 비유함.

0. 주린이를 위한 상식: 기업이 돈을 나눠주는 2가지 방법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 기초적인 개념 하나만 짚고 가겠습니다. 회사가 돈을 벌면 주주에게 그 이익을 어떻게 돌려줄까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① 회사를 키워서 주가를 올린다 (시세 차익)

  • 방법: 회사가 번 돈을 주주에게 주지 않고, 공장을 짓거나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재투자’합니다.
  • 결과: 회사의 덩치가 커지고 이익이 늘어 ‘주가(주식 가격)’ 자체가 오릅니다.
  • 비유: 부동산을 샀는데 집값이 2배로 뛰는 것과 같습니다. (성장주, 나스닥 100 스타일)

② 현금으로 꽂아준다 (배당 수익)

  • 방법: 번 돈의 일부를 떼어서 주주들의 계좌로 직접 ‘현금’을 입금해 줍니다.
  • 결과: 재투자가 적으니 주가 상승 폭은 작을 수 있지만, 주기적인 현금 흐름이 생깁니다.
  • 비유: 오피스텔을 사서 매달 ‘월세’를 받는 것과 같습니다. (배당주, SCHD 스타일)

오늘 소개할 SCHD는 이 두 가지 토끼(주가 상승 + 배당)를 적절히 다 잡으려는 욕심쟁이 같은 ETF입니다.

1. SCHD란 무엇인가? (단순한 고배당이 아니다)

SCHD는 미국의 대형 운용사 찰스 슈왑(Charles Schwab)에서 운용하며, ‘Dow Jones U.S. Dividend 100 Index’를 추종합니다.

흔히 “배당주는 주가는 안 오르고 배당만 찔끔 주는 거 아냐?”라고 오해합니다. 하지만 SCHD의 핵심은 고배당이 아니라 ‘배당 성장(Dividend Growth)’에 있습니다. SCHD는 다음의 엄격한 알고리즘으로 100개 기업을 선별합니다.

[1차 관문]

  • 10년 연속 배당 지급: 최소 10년 이상 배당금을 한 번도 끊지 않고 준 기업만 1차로 걸러냅니다.

[2차 평가 (4가지 핵심 지표)]

  1. 현금흐름 대비 부채 비율: 돈은 잘 버는데 빚은 적은가? (재무 건전성)
  2. 자기자본이익률(ROE):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굴리나? (경영 효율성)
  3. 배당수익률: 현재 배당을 얼마나 주는가? (가격 매력도)
  4. 5년 배당 성장률: 지난 5년 동안 배당금을 얼마나 꾸준히 올려줬나? (주주 환원 의지)

쉽게 비유하자면, S&P 500이 ‘국가대표팀’, 나스닥 100이 ‘공격수’라면, SCHD는 ‘수비도 잘하고 가끔 골도 넣는 든든한 미드필더’입니다. 단순히 배당률만 높은 부실 기업(Yield Trap)을 철저히 걸러내는 것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2. SCHD vs S&P 500: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위 차트는 SCHD의 실시간 주가 흐름입니다. 기술주(나스닥) 차트에 익숙한 분들은 “생각보다 상승세가 밋밋한데?”라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차트 출처: TradingView)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위 차트는 ‘배당금’이 빠져나간 단순 주가(Price Return)만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 SCHD는 매년 약 3~4%의 현금 배당을 지급합니다.
  • 주식은 배당을 지급할 때마다 그만큼 주가가 강제로 떨어집니다(배당락).
  • 따라서 받은 배당금을 쓰지 않고 다시 SCHD를 샀다고 가정(배당 재투자, Total Return)하면, 실제 자산의 성장 곡선은 위 차트보다 훨씬 가파르게 우상향합니다.

즉, 눈에 보이는 주가가 전부는 아닙니다. SCHD는 ‘주가 방어 + 쏠쏠한 배당금 + 배당금 재투자’가 합쳐져야 진정한 위력이 발휘됩니다.

SCHD의 명과 암

  • 방어력 (장점): 하락장에서 S&P 500보다 덜 떨어집니다. 필수소비재, 헬스케어, 금융 등 경기 방어주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 배당 성장 (장점): 역사적으로 연평균 10% 내외로 배당금을 증액해 왔습니다. 내 월세가 매년 10%씩 오른다고 상상해 보세요.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최고의 무기입니다.
  • 성장성 부족 (치명적 단점): 이것이 핵심입니다. SCHD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같은 빅테크를 거의 담지 못합니다. (이들은 배당 수익률이 낮기 때문).

결과: 2023~2024년 같은 AI 주도 기술주 강세장에서는 시장 수익률(S&P 500)을 처참하게 밑돌 수 있습니다. 남들 돈 벌 때 나만 소외되는 박탈감(FOMO)을 견딜 수 있어야 합니다.

3. 무엇을 사야 할까? (SCHD vs 국내 상장 ETF)

① 미국 직투의 정석: SCHD

  • 특징: 달러 투자. 분기 배당(3, 6, 9, 12월).
  • 장점: 0.06%의 낮은 보수, 풍부한 유동성, 달러 자산 확보.
  • 단점: 연금 계좌(절세 계좌)에서 매수 불가.

② 연금 계좌의 효자: 국내 상장 ETF (SOL, TIGER, ACE)

미국 SCHD와 구성 종목은 같지만, ‘월 배당(매달 지급)’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장착했습니다. 연금저축, IRP, ISA에서 모아가기 최적입니다.

  • SOL 미국배당다우존스: 한국판 SCHD의 원조. ‘월 배당’ 트렌드를 만든 상징적인 상품입니다. (신한)
  •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가장 큰 시가총액과 거래량을 자랑하여 매매가 수월합니다. (미래에셋)
  • ACE 미국배당다우존스: 최저 보수 수준을 유지하며 비용 효율을 강조합니다. (한국투자)

결론: 일반 계좌라면 SCHD(달러), 연금/ISA 계좌라면 국내 ETF(원화)를 선택하세요. 국내 상품은 환노출형이므로 달러 투자 효과는 동일합니다.

4. 굳이 SCHD를 섞어야 할까? (저의 실제 전략)

SCHD가 아무리 좋아도 무조건 정답은 아닙니다. 본인의 생애 주기(Life Cycle)와 성향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30대인 저의 실제 포트폴리오 계획을 공유합니다.

전략 A: “자산을 불리는 시기” (사회초년생 ~ 40대 중반)

  • 저의 현재 선택: SCHD 비중 0% (S&P 500 위주 + 나스닥 100 알파)
  • 이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지금 SCHD를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은퇴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당장의 현금 흐름(배당)보다 자산의 덩치를 키우는 ‘성장성’이 훨씬 중요합니다. 빅테크가 주도하는 시장에서 소외되지 않고 최대한 파이를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략 B: “자산을 지키고 인출하는 시기” (은퇴 이후)

  • 저의 미래 계획: SCHD 비중 확대 + S&P 500 유지 (성장+배당 하이브리드)
  • 이유: 은퇴를 60세에 한다고 해도, 90세 혹은 그 이상 산다면 무려 30년 이상의 투자 기간이 남아있습니다. 이 긴 시간 동안 인플레이션을 이기려면 여전히 ‘성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은퇴 후에도 전액을 SCHD로 돌리기보다는, S&P 500을 끝까지 상당 비중 보유할 생각입니다. 자산이 줄어드는 것을 막아주는 성장 엔진은 언제나 필요하니까요.
  • 유연한 운용: 투자는 맞춤 양복과 같습니다. 그때의 자산 규모가 아주 커서 배당만으로 충분하거나, “나는 주가 변동 스트레스가 죽기보다 싫다”라면 SCHD 비중을 대폭 늘리는 것이 맞습니다. 결국 비율은 남이 정해주는 게 아니라 본인의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가져가야 합니다.

5. 결론: 미국 시장 투자의 마지막 퍼즐

저의 투자 철학은 단순합니다. S&P 500을 주력(Core)으로 하되, 나스닥 100SCHD라는 강력한 무기를 언제 꺼내 드느냐의 문제입니다.

  • 나스닥 100: 젊을 때, 자산을 빠르게 불리고 싶을 때 밟는 ‘액셀러레이터’
  • SCHD: 나이가 들거나, 시장이 불안할 때 자산을 지켜주는 ‘브레이크’ 겸 ‘현금 인출기’

SCHD는 미국 시장에 투자한다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아주 훌륭한 ETF임이 틀림없습니다. 당장 사지 않더라도 이 종목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면, 여러분의 노후 준비는 훨씬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